마르니
언어의 보편적 방법과 공감의 폭 본문
기존에 있던 말을 이용하여 새로운 말을 만드는 것은 언어의 생산적 측 면에서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이를 통해 새말을 탄생시키면 언중들의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절약된다. (7가)와 같은 경우는 기존 단어를 결합하여 해당 영역을 분명히 확보하 거나 의미를 구체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흡연 경보기’는 ‘금연 장소에서 담배를 피웠을 때 경고음이 나오는 장치’를 뜻하는데 기 존의 단어인 ‘흡연(吸煙): 담배를 피움’과 ‘경보기(警報器): 갑작스러운 사고나 위험을 광선이나 음향 따위를 이용하여 알리는 장치’의 의미를 유지한 채 구체적인 의미 영역을 확보하였다. ‘오행의 금과 십이지의 돼 지가 겹친 해에 태어난 사람의 띠’ 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황금돼지띠’ 는 ‘황금(黃金): 귀중하고 가치가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과 ‘돼 지띠: 돼지해에 태어난 사람의 띠’가 합쳐져 기존의 뜻에서 분화된 의미 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 ‘제사 도우미’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가구에 제 사상을 무료로 차려주는 사람, 또는 그런 일’을 뜻하는 신조어인데 ‘제사 (祭祀):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냄. 또 는 그런 의식’와 ‘도우미: 행사 안내를 맡거나, 남에게 봉사하는 요원’ 가 각각의 뜻으로 합쳐졌다. ‘명품장난감’도 ‘명품(名品):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의 뜻이 ‘장난감’ 의 성질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었 다. ‘식후감(食後感)’ 역시 ‘먹는다’, ‘뒤에’, ‘느끼는 것’의 뜻이 각각 합쳐 져서 신조어를 생성한다. 반면 (7나)는 기존의 형태는 그대로 두고 의미만을 바꾸어 새로운 의미 의 전파를 이룩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한다. ‘골뱅이’ 의 본래 의미는 ‘연 체동물 복족류에 속하는, 몸이 타래처럼 꼬인 껍데기 속에 들어 있는 동 물을 일상적으로 통틀어 이르는 말’ 인데 언중들이 골뱅이의 생김새와 유사하다고 판단한 통신상의 기호를 지칭하는 말로 전혀 다른 의미를 생 성하게 되었다. ‘엄지왕자’는 ‘휴대 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 을 즐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주로 엄지손가락을 이용하는 데서 만들어진 말’을 뜻하는데, 이는 단순히 ‘엄지손가락: 손가락 가운데 가장 짧고 굵은 첫째 손가락’과 ‘왕자: 임금의 아들’의 의미를 결합한 것 - 18 - 이 아니라 ‘엄지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의미와 ‘왕자’의 지위 적 이점을 토대로 ‘최고’ 라는 의미를 새롭게 생성한 것이다. ‘이태백(李 太白)’은 본래 ‘이백(李白)의 성과 자를 함께 이르는 말’ 로 특정 인물을 지칭한 말임에 반해 ‘이태백(二太白)’은 소리는 같으나 뜻은 전혀 달리하 여 ‘심각한 취업난으로 이십대의 반수 이상이 일정한 직업을 잡지 못함’ 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서 ‘이십대 태반이 백수’를 줄여 만든 말이다. ‘떡값’과 같은 경우에도 ‘떡을 사고 지불하는 돈의 액수’를 뜻하는 기존 의 의미에서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바치는 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였다. ‘코드가 맞 다’ 역시 기존의 ‘정보를 나타내기 위한 기호 체계가 맞다’ 라는 의미에 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뜻이 통하거나 맞다’ 라는 새로운 의미를 생성 하였다. 이들은 엄격하게 보면 새로운 단어형을 생성한 것은 아니므로 신조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기존의 의미를 기반으로 하지만 전혀 새로운 개념을 생성하고 있고 주변에서 매우 흔히 등장하고 있는 자료들이므로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유형 중 하나로 보았다. 이것은 전자 에 비해 언중들의 공감지수가 높아야 하고, 한번 신조어로서 자리를 잡 게 되면 관용적 표현으로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1.2. 완전히 새로운 단어 (8) 가. 새로운 어형을 창조하는 경우 <-족> 셀카족, 아날로그족, 투글족,31) 밤도깨비족,32) 디카족 <-증후군> 새집 증후군, 신학기 증후군, 운동 과잉 증후군 <-남> 꽃미남, 느끼남, 완소남, 된장남, 고추장남, 어좁남, 훈남 31) 실생활에서와는 달리 인터넷 공간에서는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는 세대를 ‘투(two) 글족’이라 칭했다(「한겨레신문」, 2006. 7. 21). 32) 현지에서 1박과 자유 여행을 한 후 21일 오후 11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1박 3일의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이러 ‘반딧불족’, ‘밤도깨비족’이라 부른다(「스 포츠서울」, 2004. 3. 25). - 19 -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녀> 꽃미녀, 선수녀, 완소녀, 된장녀, 고추장녀, 귀족녀, 훈녀 <-학번> 공포학번, 땡칠학번, 산소학번, 영구학번, 오존학번 <-티즌> 로티즌,33) 뮤티즌, 안티즌, 유티즌, 폰티즌, 섹티즌 <-형> 출가형, 근로형, 퀵백형,34) 새벽형, 공부형, 아침형 나. 외래어를 차용해 들여오는 경우 플래너(planner)35), 유비쿼터스(ubiquitous)36), 슈퍼 그랜드 슬 램(super grand slam),37) 디톡스(detox),38) 얼리어답터(early adopter)39), 인저리 타임(injury time),40) 아바타(avata)41), 펑 키호러(fun-ky horror)42), 스팸 메시지(spam message)43) 로티즌(lotto+netizen)들 사이에서 ‘로또 번호 조합’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로티즌들이란 로또를 즐기는 네티즌을 이르는 신조어(「일간 스포츠」, 2003. 6. 16). 기다림이나 사회적 불의를 참지 못하는 ‘퀵백형(quick+feedback+形)’ 인간이다 (「경향신문」, 2006. 5. 8). 각종 성격의 연말 모임은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 플래너에게 연말 모임 준비 에 필요한 모든 것을 들어 보자(「조선일보」, 2005. 12. 6).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자유롭게 통신망에 접속하여 갖은 자료들을 주고받을 수 있음. ‘모든 곳에서’ 를 뜻하는 라틴어 ‘ubique’에서 온 말로, 미국 제록스 사의 마 크 와이저(Mark Weiser)가 1988년 만든 개념이다. 이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웹은 이번 우승으로 ‘슈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첫 선 수가 됐다(「동아일보」, 2002. 8. 13). 많은 자연 의학자와 대체 의학자들은 디톡스(detoxification)를 통해 활력이 증가하 고 전보다 젊게 보이며 정신이 맑아지고 질병.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조선일보」, 2005. 10. 26). “화장품은 초기 시장이 중요합니다. 소수의 ‘얼리어답터(초기 수용자)에게 입소문을 내는 전략이 필요하지요. 이 때문에 방문 판매를 통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습니 다.”(「동아일보」, 2003. 11. 22). 후반 45분이 이미 지나고 전광판도 꺼진 인저리 타임(「매일경제신문」, 2002. 6. 7). 이른바 ‘나의 분신’이라고 불리는 사이버상의 캐릭터를 이르는 말. 커뮤니티 사이트 나 포털 사이트에서 사용 중이며, 유료 사이버머니(캐쉬) 등을 통해 결제를 해서 자 신의 캐릭터를 치장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통해 여러 사이트에서 수익성을 거두 고 있다. 영화 ‘시실리2km’를 연상시키는 코믹하면서도 엽기적인 구성을 기초로 흡혈귀로 인 한 다양한 해프닝을 다루는 펑키호러다(「스포츠한국」, 2005, 8. 2). “해커들이 대학이나 기업의 컴퓨터를 우선 해킹한 뒤 엄청난 양의 스팸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도록 명령했을 것” 이라면서......(「한국일보」, 2000.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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